본문 바로가기

Etc

대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 우리들에게

어느새 2023년 또한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벌써 많고 많은 이슈가 우리들 삶을 지나쳐 갔다.

부동산이 어떻고, 주식이 어떻고, 금리가 어떻고, 누가 무엇을 훔쳤고, 누군가를 살해했고, 누군가를 속였고, 누군가를 음해했고, 누군가를 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정보는 혐오를 낳기 시작한다. 당장 인터넷에서도 '~~충' 따위의 혐오 표현들이 우리의 시각을 지배한다.

물론 편할 거다. 본인의 입장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덜떨어진 무언가’로 정의한 채 단정 지어 버리면 그만큼 편한 가치판단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이러한 작태가 결코 생산적이지 않음을. 언젠간 부작용을 크게 가져올 것임을. 그리고 그러한 부작용은 어느새 출산율이라는 형태로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상호 대존중의 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사실은 안다.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나는 뭘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일까를 고민하는 게 아닌 당장 옆집 아들내미 딸내미부터 시작해서 사돈의 팔촌까지 끄집어내어 더 위를 바라보도록 길들어 왔음을. 우리네 한국인들 인생에서 ‘비교’를 내려놓고는 도무지 삶의 흥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음을.

그렇지만 당신 또한 너무 지치고 피곤하지 않은가? 안 그래도 정보 대홍수 시대 한가운데서 누가 뭘 샀고, 뭘 먹었고, 뭘 선물했고, 뭘 받았고 따위의 정보에 시간과 감정을 소비해 버리기엔 당신의 삶이 너무 귀하지 않은가?

주변 환경을 둘러보자. 더 이상 주변 사람의 가십에 매달리지 말자는 말이다. 당신의 소중한 삶엔 매일 그런대로 좋은 것들이 반드시 적어도 하나는 존재한다.

그냥 무턱대고 주변 맛집 검색 후 홀로 파스타를 즐겨도 좋고 이자카야에서 괜찮은 회 한 점에 홀로 와인을 즐겨도 좋다. 비 오는 날엔 카페 창가에서 비를 보며 사색에 잠겨도 좋고 카페 여기저기 다니며 자기 취향의 원두를 찾아봐도 좋다. 전시회 검색 후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걸 예매하고 즐겨도 좋고 날 좋은 날 음악 검색을 하고 하루 종일 좋은 음악을 귀에 꽂고 공원을 거닐어도 좋다.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만의 낭만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즐길 때 행복한지에 몰두하다 보면 옆에 사람이 살아가는 삶은 지극히 사소해지고 나에게 큰 의미가 없게 된다.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논쟁하고 손을 뻗어 가리킬 줄 알아야 한다.

혹자는 나에게 ‘너는 전문직 치과의사이기에 입바른 배부른 소리나 할 줄 아는 거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다.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이기도 하니.

그렇다면 나는 그런 자에게 되묻고 싶은 게 있다. 만약 당신에게 당장 내일부터 치과의사, 의사 내지는 돈 잘 버는 사업가로 살아가라 한다면, 남은 일평생 현실적 불만 없이 살아갈 자신 있는가? 난 단 한 명도 없을 거라 확신한다.

당장 비교를 그만두자는 말이 아니다. 비교는 사실 좋은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하니 비교의 가치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비교를 하되 본인만의 낭만과 철학을 갖자는 말이다. 왜 자꾸 무엇이든 ‘급’을 나누고 누군가가 본인 아래에 있음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는가. 우리는 모두 잘 찾아보면 반드시 각자만의 취향과 낭만이 있고 그러한 가치들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거다. 한국전쟁 이후 70년을 그렇게 살아온 우리고, 사람의 관성은 바뀌기 쉽지 않은 것도 안다. 그러니 그만큼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언젠가 당신이 너무나도 쉬운 가치판단 및 혐오의 유혹에 빠질 그 순간에 나 같은 낭만꾼들 또한 존재함을,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존재함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러니 당신 또한 상처받지 않고 굳건히 나아가는 내일을 맞이하길.

사람인 이상, 나약해질 수밖에 없고 현실의 시련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많을 거다. 그렇다면 나는 그럴 때마다 당신이 다시 한번 이 글을 정독하길 간절하게 애원하고 또 응원한다. 행복을 향한 지름길은 멀리 있지 않다.